수천억 조달 나선 2차전지 양극재 기업들…PEF들과 '몸값' 줄다리기

입력 2023-06-05 17:13   수정 2023-06-07 09:39

이 기사는 06월 05일 17: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비엠, 재원산업 등 2차전지 양극재 관련 업체에 대한 사모펀드(PEF)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 성장을 등에 업고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어서다. 기업들도 공장 증설 등 설비투자(CAPEX)가 늘어나면서 PEF들로부터 자금 유치를 시도하고 있다. 기대감이 커진만큼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도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양측의 눈높이 차이로 인해 투자 유치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高밸류에이션 논란 넘어설까
코스닥 상장사인 에코프로비엠은 스카이레이크, IMM인베스트먼트 등 PEF로부터 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환사채(CB) 인수 방식이다. 당초 전환가격 할증 발행이 거론됐지만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할증이 아닌 리픽싱으로 무게의 추가 쏠리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NCM(니켈·코발트·망간)으로 대표되는 3원계 양극 소재 생산업체다. 양극재의 주요 소재 중 하나인 하이니켈 관련해 제조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 특히 품질이나 수율에 영향을 주는 후공정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매출 증가도 55%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에코프로비엠의 매출은 5조3576억원, 영업이익은 3806억원을 기록했다. 직전해 대비 매출은 260%, 영업이익은 230% 급증했다.

기술력과 실적 상승 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다수 증권사들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실적 대비 지나치게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5일 종가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25만7500원으로 시가총액은 25조1838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대신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대신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현 주가(PER 59배)는 적정 밸류에이션 밴드(2020년~2022년 평균 43배)를 넘어선 단기적 과열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의 PER은 과거 중국 양극재 업체들의 PER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중국 양극재 업체들이 잘나갔을 때 PER이 30~40대 수준이었다"며 "에코프로비엠의 PER은 이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실적 대비 지나치게 높다"고 했다. 이어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인해 중국 양극재 업체들의 PER은 10배 안팎으로 대폭 줄었다"며 "규제 문제로 밸류에이션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과열 분위기가 식으면서 기업가치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코프로비엠의 부족한 자금 상황이 향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양극재 성장의 핵심 '키'로 꼽히는 원자재 확보를 비롯해 IRA·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 규제 대응 등에 막강한 자금력이 필요한데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3월말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현금성 자산은 2390억원 정도다. 매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CAPEX 비용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에코프로비엠이 자금 조달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한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비엠이 대기업들과의 조인트벤처(JV) 등으로 해외 진출 비용을 아끼고 있다"며 "원자재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으로 답을 찾곤 있지만 근본적인 해답을 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도 밸류에이션 논란으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데 앞으로 더 큰 자금을 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동채 에코프로비엠 회장이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법정 구속되는 등 경영진 공백에 따른 리스크도 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재원산업, 도전제는 '굿'...용매재생 사업은 '글쎄'
비상장사인 재원산업 역시 고밸류에이션 논란에 직면하고 있다. 이 회사는 2차전지 양극재 제조시 사용되는 용매 재생(NMP)과 전기를 흐르게 하는 도전제 개발에 뛰어들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재원산업은 CAPEX 재원 마련을 위해서 PEF들로부터 4000억원 안팎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다수의 PEF들이 관심을 보이곤 있지만 재원산업의 기업가치에 대해서는 회사 측과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에선 지분 100% 기업가치를 1조5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PEF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재원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2855억원, 영업이익은 141억원이었다. 매출은 직전해 대비 19% 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6% 감소했다. 2차전지 관련 업체로 성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경영권이 없는 지분을 사기엔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한 PEF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가 투자 유치에 나섰을 때 기업 가치가 6000억원에서 1조원 가량으로 알려졌다"며 "2차전지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면서 몸값이 갑자기 너무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용매 재생 사업 분야에 대한 시각도 갈리고 있다. 자원 리사이클링이라는 측면에서 성장성이 있다는 의견과 이차전지 생산 방식 변경에 따라 사향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현행 2차전지는 습식(wet)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으나 생산원가 절감 차원에서 건식(dry) 방식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만일 건식 방식으로 이차전지를 생산하게 될 경우 용매 재생 사업 분야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건식 방식으로의 변경은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당장 영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요즘 2차전지 소재기업들의 밸류에이션 논란이 과거 반도체 호황기 시절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 부품업체이 난립했지만 거품이 빠진 뒤 기업가치가 쪼그라들었다.

2차전지의 주요 부품 중 하나였던 동박업체들의 주가 하락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동박 생산업체인 일진머트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경우 2차전지 수혜주로 분류돼 주가가 한때 14만원까지 갔으나 최근 5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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